John Divola, As Far As I Could Get, 1996-7
from: http://saint-lucy.com/conversations/john-divola/
예술적 아이디어란
때로는 얼마나 단순한가.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설치한 뒤
셀프 타이머를 누른다.
그리고 뛰어간다,
갈 수 있는 한 만큼,
카메라 앞에 놓인 풍경 속으로.
당신은 당신의 뒷모습이
어떻게 찍힐 것인지 알 수 없다.
아주 우연한 순간에,
셀프 타이머가 작동을 끝내는
10초 뒤 어느 순간에,
당신의 모습은 당신이 의도하지 않은 채로
프레임 안에 갇힐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이 어떨 것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뛰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고 싶었다는 것.
근대 이후 예술이란
그 예술이 다루는 매체medium의
한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때로 뛰어넘을 수도 있고,
그 경계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 할 수도 있다.
그는 사진이 피사체의 특정한 순간,
이른바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을
다루는 방식을 파괴한다.
사진가의 의도에 따라 순간을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는 그저 뛸 뿐,
사진이 찍히는 바로 그 순간은
철저하게 우연에 맡겨진다.
예술가의 의도는 최초의 아이디어,
‘셀프 타이머가 작동하는 동안 뛰어간다’는
그가 뛰는 것은
그냥 뛰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사진(기)의 한계를 향해 뛰어간다.
10초라는 셀프 타이머 작동의 한계,
어떤 카메라도 셔터막이 열리는 순간에는
프레임 저 멀리 놓여진,
10초 안에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소실점,
이 모든 예술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글로 씌어진 설명이 없다면
사실상 설명되지 못하는,
사진이 극복할 수 없는 그
본원적인 한계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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